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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논리학, 인공지능, 바둑의 관계를 탐구하며, 특히 알파고 혁명 이후 이들 간의 연결을 다룬다. 논리학의 역사와 인공지능의 발전을 연결하고, 컴퓨터 바둑의 발전 과정에서의 논리학적 접근과 그 의미를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 바둑의 발전 단계와 논리학의 응용을 중심으로 탐구한다.
바둑을 둘 때 매 순간 우리는 여러 가지 갈래의 수읽기를 시도하면서 고려하고 있는 착점으로부터 전개될 수순을 마음속에 그리는데, 그때 우리는 무수한 반사실적 조건문들의 진릿값이나 지지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나아가서 우리는 이제 바둑 두는 사람이 핸슨이 열거한 반사실적 조건문에 대한 세 가지 접근법을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바둑을 두면서 그 접근법들을 일상적으로 사용해 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아주 자연스럽게 반사실적 추리에 관해 딜레마에 빠진 분석철학과 인공지능 연구에 탈출로를 찾는 방안을 바둑에서 배워 볼 가능성을 타진하게 된다.
-02_“반사실적 추리와 복기” 중에서
게임 이론에서의 이런 전략 개념 정의가 지니는 문제점은 그것이 게임 상대에 관한 추리로부터 기본적으로 완전히 자유롭다는 데 있다. 설사 상대의 선택에 관해 아무런 단서를 지니지 못했을지라도 경기자에게 보장되는 이득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점은 고전적 게임 이론에서부터 진화하며 등장한 진화론적 게임 이론이나 인식게임 이론에서도 여전히 발견된다. 상대의 욕망과 믿음, 믿음의 위계, 공통적 믿음과 지식 등등의 인식논리학의 문제들에 대한 고려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1990년경에 이르러 인식논리학과 게임 이론 사이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졌음에도, 고전적 게임 이론의 수학적 접근법에 바탕을 둔 이 모든 노력에서 전략 개념의 부실함은 교정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Park, 2018b, p.1178-1182).
-05_“전략의 논리” 중에서
알파고의 진화에서 가장 괄목한 만한 사실은 진보의 정점에 해당하는 가장 강한 알파고 제로가 이전 버전인 알파고 판후이, 알파고 이세돌, 그리고 알파고 마스터와 달리 정책망과 가치망을 통합하여 단 하나의 신경망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딥마인드의 연구자들 자신의 증언에 의해 확인된다(Silver et al., 2017, p.357). 정책망이 가추의 기능을 하는 반면 가치망은 최선의 설명으로의 추론 기능을 감당했다는 내 가정에 따르면, 그리고 그에 따라 정책망과 가치망의 분업이 설명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보해 준다는 가정에 따르면, 이 사실은 역설적 귀결을 갖는 것처럼 여겨진다.
-07_“인공지능 바둑의 마음 읽기” 중에서
바둑사에서 묘수의 예로 곧잘 등장하는 진신두(鎭神頭)의 경우 특별한 조작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 가추의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한 수로 양쪽 방향의 축을 방지할 가능성을 찾을 때 고사언(顧師言)은 단순 회귀적 가추자이고, 사고 실험을 통해 그 수가 실제로 상대방이 그 어떤 수로 대응하든지 양쪽 방향의 축을 막을 수 있다는 증명을 구성할 때 그는 자신의 생략논법을 해소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09_“전제 탐색과 증명 탐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