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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영화에서 인간과 공존하거나 대립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 왔다. 영화 속 AI의 다양한 유형과 역할을 분석하며, 현실 기술과의 연결점을 탐색한다. AI는 인간을 돕거나, 사랑하고, 때로는 인간을 적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영화 속 AI는 우리가 맞이할 미래에 대한 예고다. AI와 인간이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인간의 친구인 AI의 공통적인 특징은 몸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기계적인 말투, 어색한 움직임, 고지식한 사고와 인간의 감정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AI들은 희화화 되어있다. 인간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고는 있으나 결코 인간 세계에 완전히 융화될 수 없는 존재들, 인간과 생래적으로 상이한 존재임에도 인간에 근접할 때야 비로소 우수하다고 인정받는 존재 조건의 아이러니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작품 <아틀라스>에서 아틀라스를 돕는 스미스는 끝까지 충성스러울 뿐 아니라 명석한 모습을 보여 기존의 AI 이미지를 극복한 예라고 하겠다. 유해진이 목소리 연기를 한 <승리호>(2021)의 업동이는 신뢰할 수 있는 동료로 끝까지 승리호를 지킨다. 마지막에 피부 이식을 완료해 김향기 배우의 모습으로 등장, 여성 정체성을 보여 줌으로써 AI 캐릭터의 젠더 이슈에 새로운 사례를 제공한다.
-01_“인간의 보조자, 동료, 가이드로서의 AI” 중에서
<원더랜드>는 인간이든 AI든 갖고 있는 기억에는 여러 차원이 있으며 그것이 어떤 순간에 어떻게 발현되느냐에 따라 존재의 변형이 가능하고 차원을 뛰어넘는 놀라운 사건까지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멋지게만 그려진 우주인 태주는 정인이 서비스를 종료시킴으로써 우주선에서 분리되어 지구로 떨어진다. 태주 또한 양과 바이리와 같이 존재와 기억을 변주한다. 태주의 기억이 아니라 태주를 그리워하는 정인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AI 태주는 태주와 얼마나 근접한가? 폐기된 AI 태주가 다시 살아난다면 그는 정인이 주문했던 AI 태주와 같은 존재일 것인가? AI는 데이터의 종합 그 이상이다. 데이터가 어떻게 조합되고 누구와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따라서 다른 존재가 된다.
-03_“기억하는 AI” 중에서
인류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판단해 적대시하게 되는 AI들도 있다. <어벤저스: 울트론 시대>에 등장하는 울트론이 그런 경우다. 아이언 맨 토니 스타크와 그의 동료 브루스 배너는 고도의 지능을 가진 AI를 ‘홀 속의 보석’ 안에서 발견하고 지구를 지키기 위한 평화 유지 프로그램에 이를 활용하려고 한다. 하지만 깨어난 울트론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인류를 없애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자신에게 저장된 평화를 위한 인류의 헛된 노력과 전쟁의 기록이 그런 판단을 하게 만든 것이다. 울트론은 자기를 깨운 토니의 AI 집사 J.A.R.V.I.S.를 파괴하고 로봇의 몸에 들어가 어벤져스를 향한 싸움을 시작한다. 울트론은 불만에 가득 찬 남성의 저음 목소리로 과격한 세계관을 피력한다. 인류에는 희망이 없으니 지구가 유성에 부딪혀 폭파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울트론은 J.A.R.V.I.S.를 탑재한 인류애를 가진 AI ‘비전’에 의해 소멸된다.
-06_“적이 되어 버린 AI” 중에서
서현이 정이를 해방시키는 사랑과 자기희생은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정이의 서현에 대한 사랑의 원동력이다. 폐기 직전 서현은 정이의 뇌 속 미지의 세계로 남겨졌던 곳이 모성애가 들어 있는 영역임을 확인한다. 정이가 누리게 된 자유는 그녀가 믿고 간직했던 사랑에 대한 보상이다. 과연 AI가 인간을 사랑한 대가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신파라고 비판받기도 하지만 <정이>는 극단적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모성애와 이에 답하는 사모곡이다.
-09_“자유하는 AI”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