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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과 공존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존재다. AI의 자율성과 인간 사고의 차이, 노동 대체가 아닌 협력의 가능성을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이 마술처럼 보일 때,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기 어렵다. AI와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기술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을 모색한다.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세계상은 근대의 과학 기술 발전에 토대가 되었을 뿐 아니라 인지 과학 및 인공지능 연구의 시작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인지 과학의 첫 단계로 알려진 기호주의 입장은 인간의 지능을 객관적으로 나타난 행동을 통해 연구하는 행동주의에 대한 반발로 나타났다. 이에 의하면 지능의 본질은 추상적 기호들의 조작 및 추론, 계산을 담당하는 수학적 논리에 의해 드러날 수 있다. 최초의 인공지능 연구가들인 앨런 뉴얼(Allen Newell)과 허버트 사이먼(Herbert A. Simon)은 지능의 활동이 일정한 규칙들에 의해 기호를 조작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물리적 기호 체계의 가설’을 제안한다. 따라서 인지 과정은 컴퓨터의 정보 처리 과정에 비유될 수 있고 인공적으로 구성이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
-01_“근대 기계론적 세계상과 인공지능” 중에서
개념적으로는 생명적 과정을 설명하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도 사이버네티션들은 철저한 유물론자들로서 생명체뿐만 아니라 인간의 마음도 기계의 범주 안에서 설명하는 마음의 과학을 구상했다. 사이버네틱스학의 또 다른 창시자들인 워렌 맥컬록(Warren McCulloch)과 월터 피츠(Walter Pitts)는 신경망 연구로부터 뇌의 구조와 기능을 논리 기계로 모형화했다. 그들은 뇌를 입력과 출력에 의해 작동하는 일종의 정보 처리 시스템으로 보았다. 이는 논리적 계산 절차를 모형화한 튜링 기계를 신경 구조에 구현하려는 야망으로서, 신경 과학과 인공지능 연구를 결합하는 중요한 다리를 놓는다. 다만 초기 신경망 연구 결과로 등장한 ‘퍼셉트론’은 인식의 복잡한 과정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와 시모어 페퍼트(Seymour Papert)의 비판을 받게 되었고, 이후 쇠퇴의 길을 걸었으며 1980년대에 다층 퍼셉트론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부활하게 된다.
-03_“생명, 기계, 인공지능” 중에서
점차로 정신적 실체성을 거부하고 물질의 존재론적 지위를 격상시킴에 따라 자기 동일성 개념에서 불멸이라는 척도는 무색해졌다. 근대 원자론에서 원자는 불멸의 존재로 구상되었지만 현대 과학에서 이는 부정되었고 물질은 가분적이며 시간 속에서 다양한 양태들로 변화하고 생성 소멸하는 존재자로 간주된다. 이는 존재의 철학이 아니라 오히려 생성 철학의 입장에 유리한 관점일 수 있다. 베르그손에 의하면 생명과 정신은 변화 속에서 새로움을 창조하면서도 스스로 유기적 통일성을 이루는 흐름이며 물질은 요소적 운동들의 반복이다. 전체 우주는 창조와 생성의 끝없는 흐름이다. 시몽동은 생성의 흐름 속에서 존재자가 구성되는 과정을 강조한다. 흐름 속에서 스스로 자기 동일성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있고 결과로 나타난 존재자는 일정한 구조를 갖는다.
-06_“기술적 대상의 자기 동일성과 인공지능” 중에서
피동자 윤리는 고통이나 쾌락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존재들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나 자연과 같이 넓은 의미에서 인간과 상호 의존적인 존재들까지 확대할 수 있다.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는 인공지능 로봇은 여전히 문학적 상상 속에나 존재하지만 인간과 맺는 관계의 측면에서 인공지능은 상당 부분 인간 행위자의 영향권 아래 있다는 점에서 피동자 윤리의 대상일 수 있다. 이는 특히 그것이 인간의 통제 아래 있는 도구로서 사용될 때 해당되며, 이때는 설계자와 사용자가 피해를 방지할 책임을 가진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계의 물리적 손상은 환경 보존의 차원에서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운영되도록 관리되어야 한다.
-09_“인공지능과 윤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