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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은 탈근대 시대의 휴머니즘을 재구성하고 재해석하도록 추동한다. 이 책은 인공지능과 지능로봇의 사회적 수용이 인간과 비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문제를 어떻게 드러내는지 조망하고, 법철학, 법사회학, 법인류학 등 학제 간 연구에 바탕을 둔 총체론적 관점에서 인공지능과 관련된 이론적 쟁점들을 살펴본다.
자율적인 판단이 가능한 인공지능 및 지능로봇의 등장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이성적 판단을 하는 사적 개인으로서 인간 주체를 전제로 하는 전통적인 법 이론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특히 자아(self)를 갖춘 인공지능이 가능할 수 있다면, 근대적 인권 개념의 정수(精髓)인 자율성(autonomy)에 대한 재해석이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논의의 지평은 합리적 이성에만 바탕을 둔 ‘합리적인 인간’의 우월성을 반성하고 새로운 휴머니티, 인간의 존엄성 및 인권의 철학적 원천 및 이론적 근거를 어디에서 발견해야 하는지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01_“인공지능과 근대적 인간관” 중에서
결국 인간종 중심주의의 극복은 인간의 비인간에 대한 지배적인 지위 및 질서를 해체하는 것을 수반한다. 해러웨이(Haraway)는 인간과 비인간의 이분법 해체가 인간의 타자에 대한 지배 구조와 더불어 인간중심주의의 해체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20세기 후반의 기계들이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정신과 육체, 자기 생성적인 것(self-developing)과 외부적으로 고안된 것(externally designed)과 같이, 기존에 유기체(organisms)와 기계(machines)에 적용되었던 구별점들 사이의 차이를 완전히 모호하게 만들어 왔음을 확인하면서, 서구적 전통에서 유지되어 온 ‘위계 서열적 이원론’(hierarchical dualisms)을 넘어설 것을 역설한다
-06_“인공지능과 인간종 중심주의” 중에서
타자의 입장에서 감정을 헤아리는 공감(empathy)을 바탕으로 한 도덕적 행위의 영역이 로봇 윤리 담론에서 주목받고 있다. 공감은 그 개념 자체에 상호성 및 관계성을 내재하고 있어, 인간과 로봇 사이에 형성되는 사회적 관계에 도덕적·윤리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논의에서 특히 주되게 다루어진다.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나의 감정으로 느끼는 것을 의미하며, 통상적으로 나 자신의 상황보다는 다른 이의 상황에 더 적합한 정서적인 반응(affective response)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10_“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진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