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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정보를 생성하지만 ‘모른다’는 상태를 인식하지 못한다. 인간이 ‘무지의 지’를 갖추고 있다면 AI는 ‘무지의 무지’에 빠져 있는 셈이다. 이 책은 AI와 무지학의 접점을 통해 AI 시대의 무지의 생성과 유통을 조망하며 앎과 무지의 자율적 주체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인류세(anthropocene)로 일컬어지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문명과 문화가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데 인간의 지식이 활용되었다. 이에 따라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극복은 중요한 과제로 자리매김했다. 자연을 인간화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저지른 실수와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동시에 지에 대한 갈망과 무지화의 전략에 대한 무력함 속에 생활 세계가 파괴되었다는 비판도 나타났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류사에서 무지가 어떤 경로를 거쳐 왔는지 살펴보려는 시도가 있었다.
-“넥스트 AI 무지의 지 생성하기” 중에서
AI 지는 ‘정정(訂正)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 ‘정정하는 힘’이란 조건과 상황을 고려하여 유연하게 입장을 변경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수정주의가 과거를 인위적으로 기억하는 방식이라면 정정주의는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현실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리셋(reset)을 주장하는 급진주의는 현실의 모순을 부정하지만 정정주의는 현실을 점진적으로 개선한다. 현재의 원형은 끊임없는 자기 변형과 개선의 결과다
-01_“AI 지(知)의 OS” 중에서
전략적 무지는 IT 기업들이 자본 증식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자본을 증식하는 데 적합한 알고리즘은 사람들의 비판적 태도를 마비시킨다. 페이크 문제는 자본화의 수단에 불과할 수 있다. AI 기반 전략적 무지는 지식의 권위를 훼손한다. 지식과 지식인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제적 이익을 늘리기 위해 유사 지식과 지식의 무지화에 참여하고 있다.
-04_“AI와 전략적 무지” 중에서
독서와 지식은 노이즈와 우연성의 세계다. 독서 과정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지식은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간주한다. 반면 정보는 노이즈가 제거된 지식이다. 정보는 즉자적 인풋과 아웃풋이고, 지식은 대자적 인풋과 아웃풋의 노이즈다. 지식을 추구하는 것은 노이즈 축적에 불과하기 때문에 책을 읽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노이즈 캔슬링(canceling)이 보편화되는 현재, 우리는 주변 소음을 완전히 제거하려 한다. 주변 소음을 없애고 자신이 듣고 싶은 소리에만 집중한다.
-10_“AI와 무지 리터러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