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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이제 상상 속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가상 존재의 진화 과정을 통해 인간과 AI의 상호작용, 감정, 윤리적 과제를 탐구하며 예술과 기술의 접점을 날카롭게 조망한다.
역사상 최초의 비디오 게임은 〈음극관 놀이 장치(Cathode Ray Tube Amusement Device)〉(1947)라고 알려져 있다(patents.google.com). 그러나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레이더와 유사한 형태로, 상업적으로 판매된 것이 아니며, 캐릭터라고 할 만한 것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비디오 게임기와는 다르다. 최초로 캐릭터라고 할 만한 것이 등장한 게임은 〈퐁(PONG)〉 (1972)으로, 탁구를 변형한 규칙 아래에서 두 개의 막대로 공을 튕기는 게임이다. 비록 몇 개의 픽셀로 이루어진 막대이지만, 플레이어는 이 캐릭터에 이입하여 게임에 임하게 된다. 이후 역사적인 아케이드 게임 〈팩맨(Packman)〉(1981)부터는 현대적 의미의 게임 캐릭터가 등장한다. 각자 고유의 이름과 서사가 있으며, 구조화된 신체를 가지고 있다.
-01_“캐릭터의 의미와 기원” 중에서
한편 기계화된 신체를 가진 가상 존재는 실로 다양한 종류로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다. 이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1968)의 ‘할(HAL 9000)’과 같이 언어 모델이 카메라와 마이크로 인간과 소통하고 있으며,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을 통해 가정의 여러 가전을 제어할 수 있다. 영화 〈A.I.〉(2001)에 등장하는 테디와 같이 곰 인형의 모습을 한 AI 인형 역시 시중에 판매 중이며, 이미 1999년에 소니(Sony)에서 애완견의 형태를 한 아이보(AIBO)가 출시되었고, 시대에 따라 발전하는 기술에 대응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03_“가상 존재의 신체” 중에서
국내의 AI 스타트업 기업 딥브레인AI(DeepBrainAI)는 AI 추모 서비스 ‘리메모리 2(Re;memory 2)’를 출시한 바 있다. 사진 한 장과 10초 분량의 음성만으로 ‘AI 고인’을 생성하고, PC, 모바일, 태블릿, 키오스크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장세민, 2025). 이러한 서비스는 국내 상조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상조 상품과 연계하여 제공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2020년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서는 모션 캡처와 딥 러닝 등으로 고인을 재현하여 VR을 통해 유족과 만나는 장면이 방영되기도 했다. 당시 기술의 한계로 유족들은 미리 만들어진 스크립트를 경험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이와 같은 아이디어가 현재의 AI 기술에 힘입어 더 완성된 서비스로 제공되기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06_“가상 존재의 시간” 중에서
〈사랑과 영혼〉의 ‘샘’으로 분한 패트릭 스웨이지(Patrick Swayze)의 이름을 딴 이 ‘현상’은 자신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느끼면서도 주변 환경과 관계가 없다고 느낄 때 엄습하는 소외감을 의미한다. TV나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은 스크린을 경계로 분리된 존재이지만, VR 공간의 가상 존재나 현실 세계의 로봇은 사용자와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기에 사용자를 인지하지 못해 적절한 사회적 신호를 보내지 않거나, 물리적 상호작용에서 배제한다면 강한 거부감이 들 것이다. 사소한 오류나 기계적 고장도 이러한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일본의 한 연구진은, 로봇 사용자와 로봇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연구를 한 바 있다. 인간은 로봇이 개인 공간을 침범할 때, 같은 인간이 침범할 때보다 더 강렬한 반응을 보이며, 로봇의 호감도와 시선, 행동, 매력 등이 인간의 편안함에 영향을 미친다.
-09_“커뮤니케이션 이론과 AI”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