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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자율적 항해사, 탐사 파트너, 창조적 설계자로 진화하는 과정을 담았다. 한국 우주 개발의 미래까지 조망하며, AI와 인류가 함께 열어 갈 새로운 탐사의 의미를 성찰한다.
초기 AI 연구가 마주하게 된 가장 거대하고 도전적인 응용 분야가 바로 우주 탐사였다. 광활한 우주 공간을 항해하는 우주선의 궤도를 정밀하게 계산하고, 수시로 달라지는 수천 가지의 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최적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우주 임무는 초기 AI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이론을 시험하고 발전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실용적 환경을 제공했다. 특히 1960년대 NASA의 아폴로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면서, 초기 AI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시스템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전 중 하나에 접목할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당시 우주선에 탑재될 컴퓨터 시스템은 단순히 사전에 입력된 명령을 수행하는 계산기를 넘어 예측 불가능한 우주 환경의 복잡한 변수와 돌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지능적’ 판단 능력이 절실히 요구되었다.
-01_“우주 탐사와 AI의 만남” 중에서
기존의 지구 관측 위성 대부분은 지상 관제 센터의 과학자들이나 운영자들이 정해진 계획에 따라 특정 지역을 촬영하도록 명령을 내리면 그 임무를 수행하는 수동적인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이 방식은 화산 폭발, 홍수, 대형 산불과 같이 예측 불가능하고 긴급한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ASE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이 지능형 소프트웨어는 위성에 탑재된 다양한 영상 센서로부터 들어오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사전에 학습된 과학적 지식과 임무 목표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현상이나 긴급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여 관측 우선순위를 정하고 촬영 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 및 실행할 수 있었다. 즉, 지상의 명령 없이도 위성 스스로가 능동적인 과학자처럼 행동하며 중요한 관측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다.
-03_“자율 시스템은 우주 탐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중에서
AI 기술을 위성 설계 자동화 및 최적화에 적용하면서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우주국(ESA, European Space Agency)은 아르테스(ARTES, 첨단 위성 통신 기술 연구 프로그램)의 ‘미래 준비(Future Preparation)’ 트랙을 통해 위성 통신 시스템의 혁신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이 2024년 지원한 ‘디지털 생성형 설계를 활용한 혁신적인 위성 통신 시스템 연구’는 위성 안테나 배치, 내부 배선 경로 최적화, 열 관리 시스템을 AI 기반의 자동화 설계로 구현함으로써, 기존 방식에 비해 배선 무게와 설계 기간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연구는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널리 공개되지 않았으나, ESA가 AI를 통해 위성 설계의 효율성과 성능을 높이려는 관심과 투자를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06_“생성형 AI와 우주 시스템 설계” 중에서
또한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능력이 AI와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되는 ‘트랜스휴먼(transhuman)’ 혹은 ‘포스트휴먼(posthuman)’적 미래가 우주 탐사 환경에서 가장 먼저 실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극한의 우주 환경에 적응하고 장기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인간의 감각 기관, 인지 능력, 심지어 신체 구조까지 AI 및 로봇 기술과 융합되는 미래는, 인간 존재의 정의 자체를 확장하거나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류에게 새로운 진화의 가능성을 열어 주지만, 동시에 인간 정체성의 상실, 사회적 불평등 심화, 예측 불가능한 윤리적 딜레마를 야기할 수 있다.
-09_“AI가 던지는 우주 탐사에 대한 질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