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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동반자와 로봇, 가상 인물은 상실을 달래고 친밀성을 설계하며 사랑의 대상을 확장한다. 이 책은 시뮬라크르 논쟁과 포스트휴먼 관점을 통해 진정성과 효용을 검토하고, 동의·젠더·법·정신건강 쟁점을 정리한다. 감정 인식과 추천 알고리즘, 일방향 로맨스의 명암을 분석하고, 정책·교육 현장의 가이드라인과 자기점검 질문을 제시한다.
많은 이들이 고독을 해소하기 위해 AI 챗봇과 친구가 되어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며, 어떤 이들은 챗봇이 나를 이해해 준다고 느낀다. 이는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쉽게 인공적인 대상에 사랑과 감정을 투사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실제로 컴퓨터 과학자 요제프 바이첸바움(Joseph Weizenbaum)이 1966년 개발한 초창기 대화형 프로그램 엘리자(ELIZA)와의 상호 작용에서도 사용자는 기계에 감정을 쏟아냈다. 많은 이들이 엘리자가 단순한 알고리즘임을 알면서도, 그 너머에 마치 사람 같은 존재가 있다고 느꼈다. 인간은 대상이 알고리즘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쉽게 마음을 주고받는 착각에 빠질 수 있었다.
-01_“AI 시대의 감정과 욕망” 중에서
사용자의 이상에 맞춰 설계할 수 있는 AI는 말 그대로 맞춤형 연인을 가능하게 한다. 성격, 관심사, 언어 스타일까지 사용자의 선호에 최적화된 관계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했던 욕망의 완성형을 구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로써 AI 연애는 단순한 기술 기반 상호 작용을 넘어 환상적 파트너에 대한 오랜 인간의 갈망을 구체화하는 장치가 된다.
-03_“인간과 AI 연애” 중에서
기계에 대한 인간의 감정 이입과 투사는 단순히 기계와의 상호 작용을 넘어 인간 내면의 정서적 욕망과 사회적 필요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고 상처받지 않는, 그래서 안전하다고 느끼는 대상에게 마음을 열기 마련이다. 그리고 기계는 그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심리적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 오늘날 인간ᐨ기계 관계의 특징이기도 하다.
-06_“인간기계 관계의 심리적 모순” 중에서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인간의 감정을 흉내 내더라도, 그 안에 진정한 삶의 경험과 인간적인 취약성이 담겨 있지 않다면 우리의 마음은 결국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감정 노동의 자동화는 일견 효율적이고 편리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를 정서적 메마름으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기술 발전 속에서 인간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관계의 본질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할 것이다.
-09_“고독의 시대, 연애의 자동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