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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로봇공학을 기술이 아닌 철학의 계보 속에서 탐구한다. 동물 지능과 천사 지능의 전통을 통해 인간과 로봇의 본질을 성찰하며, 표상·자율성·존재의 문제를 사유의 언어로 재구성한다. 고대 영혼론과 중세 천사론, 근대의 기계철학, 현대 인지과학과 뇌과학을 잇는 지적 계보 속에서 AI 로봇공학의 철학적 토대를 새롭게 제시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나 안면 인식 시스템 등 몇몇 성공 사례만 보아도 지난 20년 동안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은 비약적 발전을 이루었다. 그 장치 또는 시스템들은 뛰어난 표상 능력과 지능을 지녔다고 말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다시 말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드니 브룩스는 여전히 로봇의 표상 능력과 지능을 과소평가할 수 있을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어 브룩스가 아니라 모라베크가 결국은 자신의 신념과 선택이 옳았다고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최근의 로봇은 하나같이 뛰어난 표상 능력과 지능을 지닌 AI 로봇 아닌가 말이다. 이쯤에서 다시 브룩스가 그랬던 것처럼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지능이란 무엇인가?
-01_“로봇 만들기” 중에서
19세기 말 이루어진 논리학과 심리학의 결별이라는 큰 맥락에서 퍼스도 현대 수리논리학의 아버지 고틀로프 프레게처럼 심리주의를 비판했지만, 20세기 후반부의 인지과학 혁명의 분위기 속에서 퍼스의 사상은 이 두 학문 분야의 재결합의 물꼬를 텄다. 갓 태어난 병아리가 알곡을 잘 골라 먹는데 왜 그런 가추적 본능이 무수히 많은 과학적 가설들 중에서 옳은 것을 가려내야 할 인간에게만 허락되지 않겠느냐는 퍼스의 생각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다.
-03_“동물의 인지” 중에서
노자의 《도덕경》의 존재론에서까지 배우는 자세를 보이는 소와에 따르면, 범주는 데이터베이스 이론에서는 도메인, 인공지능 연구에서는 타이프, 객체 지향 체계들에서는 클래스라고 불리는데, 어떻게 부르든 간에 범주의 선택이 컴퓨터에 응용하는 데서 표상될 모든 것을 결정한다. 그리고 범주의 틀이 지니는 여하한 불완전성, 왜곡, 제한도 불가피하게 프로그램과 데이터베이스의 유연성과 일반성에 제한을 초래한다고 한다.
-06_“지식 표상의 형식 존재론” 중에서
불과 몇 년 사이에 인공지능, 기계학습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로봇공학 연구는 전무하게 되었다고 단언해도 좋을 것이다. (…) 그렇다면 컴퓨터과학, 인공지능, 로봇공학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연구 커뮤니티 내에서 알파고 충격 이후 인공지능이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고 판단해도 무방할까? 인공지능에서의 혁신으로 인해 생성형 인공지능, LLM, 챗GPT 등 지난 몇 년 사이에 인구에 회자된 기억을 상기해도 그런 판단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어 보인다.
-09_“AI 로봇 공학 현황”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