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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섹스로봇과 기술의 발전이 성적 욕구, 윤리, 인간관계의 기준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탐구한다. 전통적 성 규범을 넘어서는 변화 속에서 사회가 마련해야 할 새로운 윤리적·법적 기준을 제시하는 책이다.
우리는 무엇이 도덕적으로 옳거나 그르다고 할 때, 그것이 가지는 물질적 혹은 비물질적 속성이나 사회적·존재론적 지위 및 그것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한 예측 등을 도덕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도덕적 판단에 대한 이러한 경향성은 단순히 사물에만 그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사물과 관련 있는 우리 행위의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데에도 역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인간의 도덕적 판단에 대한 여러 기준 중 시대적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그리고 빠르게 변화해 온 것이 바로 성과 관련된 것이라고 해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01_“성 그리고 윤리” 중에서
전통적 성윤리는 성과 성행위의 본질적 특성이나 역할과 무관하게, 주로 종교적 차원에서의 인간의 존재 목적이나 성의 인격적 측면을 근거로 성행위를 제한해 왔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서로 다른 유형의 성윤리가 각기 다른 근거를 가지고 있더라도 공통적으로 ‘성행위’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들 성윤리는 생물학적 ‘인간’이 가진 비물질적 속성−목적, 합리적 사유 능력, 감정의 교류 능력 등−에 기반해 이뤄지는 성행위만을 도덕적으로 옳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을 ‘인격체(person)’로 지칭할 때 부여되는 비물질적 속성이 성행위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전제하고, 그 도덕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03_“다양한 유형의 섹스와 전통적 성윤리의 한계” 중에서
리얼돌의 수입 허가 및 상용화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성적 자유를 보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으며, 국가의 사적 영역 개입 문제도 아니다. 이는 인간에 대한 불평등하고 왜곡된 의미의 확대 문제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리얼돌과 섹스로봇과 같은 인공물이 단순한 도구적 지위를 넘어서, 인격의 침해를 구체화하는 장치로서의 지위를 갖게 된다. 결국, 이러한 인공물의 사회적 영향은 성적 자유와 윤리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재고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성적 인공물이 사회적 가치와 윤리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06_“AI 섹스로봇의 현실성과 형상” 중에서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지만, 우리는 긍정과 부정으로 단정하기보다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리얼돌과 섹스로봇은 인간의 성적 욕구와 관련이 있지만, 그 이상의 사회적 기능과 삶에 끼칠 변화를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공물들이 가져올 긍정적 변화를 고려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부분적 대응이 필요하다. 기술은 그 자체로 중립적이며,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사용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기술의 상용화는 그로 인한 이익과 위험을 균형 있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섹스로봇과 같은 인공물이 사회적·윤리적 측면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기술 발전은 사회적 가치와 윤리적 기준을 재검토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09_“섹스로봇에 대한 균형 잡힌 논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