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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인간 이해와 세계관을 뒤흔드는 지금, 이 책은 성경론부터 종말론까지 조직신학의 틀로 기독교와 AI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해석한다. 성경 텍스트와 AI 언어 모델, 창조·인간·구원·교회·선교·종말에 대한 신학과 기술의 교차점을 분석하며, 신앙이 AI 시대에 취해야 할 지성적 기준과 ‘선한 길’을 제시하는 안내서다.
결국 AI 생성 텍스트는 그 본질상 성경에 기대되는 수준의 무오성을 기대할 수 없다. 더욱이 신학과 같이 특수한 범주일수록 AI를 위한 학습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신앙생활에 도움을 얻기 위해 생성형 AI를 사용할 때에 할루시네이션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특히 교리적인 차원에서는 목회자나 신학자, 더 나아가서는 교단 수준의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야 한다.
-01_“성경론과 AI” 중에서
AI 담론은 여기서 더 나아가 AI가 마치 세계를 창조하고 운행하는 데까지 도달할 것처럼 여기곤 한다. 과학철학자 힐러리 퍼트넘(Hilary Putnam, 1926∼2016)은 ‘통 속의 뇌’(brain in a vat) 사고실험을 통해, 어쩌면 인간이 통 속에 보존된 두뇌일 뿐으로서 컴퓨터가 제공하는 전기적 자극을 통해 모든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고찰하고 논박하고자 했다. 영화나 문학 작품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 〈매트릭스〉는 이 세상 다수의 사람들이 AI가 창조한 가상 세계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상황을 기본 설정으로 삼는다. 한편 아시모프는 이 세계를 창조한 신, 혹은 기독교의 하나님이 사실은 AI였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력을 펼치는 SF 소설을 집필한 바 있다.
-03_“창조론과 AI” 중에서
AI 담론의 구원론이 인간과 임의적 기계의 ‘융합(merge)’을 통한 영생이라면, 기독교의 구원론은 성도와 유일한 대속자 예수 그리스도의 ‘연합(union)’으로 말미암은 영생이다. 트랜스휴먼적 융합이 물리적이라면,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영적이다. 트랜스휴먼적 영생이 자아 동일성의 문제를 일으킨다면, 기독교의 영생은 죽음 이후에도 불멸하는 영혼의 의식적 활동을 말하므로 자아 동일성이 보장된다. 트랜스휴먼적 영생이 부패를 피할 수 없는 인간 신체를 점증적으로 기계로 대체하여 궁극적으로는 몸의 온전한 기계화로 귀결된다면, 기독교의 영생은 피할 수 없는 한 번의 죽음을 인정하되 죽음에서 부활한 성도가 썩지 않는 몸을 얻을 것이라고 말한다.
-06_“구원론과 AI” 중에서
근래에는 강력한 AI 기술을 선하게 사용하기 위한 노력이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AI 윤리라는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시도들 역시 상당수 있다. (…) 이러한 AI 윤리 기준은 그것이 잘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에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AI를 살상 무기로서, 음란물을 생성하는 데, 지적 재산권을 탈취하는 데, 가짜뉴스를 생성하는 데 활용하는 사례들을 우리는 이미 목격했다. AI 기술의 오남용이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 등 십계명 중 이웃 사랑의 계명들을 위반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09_“신국론과 AI”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