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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기와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감시와 통제, 여론 조작, 권력 집중 위험을 짚고, 헤테라키·유동·알고리즘 민주주의 등 새로운 정치 질서를 제안한다. AI가 만들어 갈 민주주의의 미래를 선제적으로 조망한다.
디지털 자본주의가 AI 시대로 발전하면서 초개인주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분인(dividuum) 현상이 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따라 개인은 각종 취향과 성향 등으로 분절되어 데이터화된다. 이 데이터는 디지털 자본이 이윤을 창출하는 핵심 자원으로 기능하며, 개인의 종속을 심화시킨다. 초개인주의는 개인의 과도한 연결성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개인이 분인으로 분할되는 현상을 간과한다.
-01_“디지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중에서
대중의 기본 단위가 개인이므로 개인의 변화는 곧 대중의 변화로 연결된다. 개인이 분할된 주체라면 대중도 그러한 주체로 파편화된다. 이때 파편화는 대중이라는 무리가 원자화된 개인으로 흩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무리를 이루고 있는 상태에서 분인으로 분할된 주체를 의미하며, 분할된 주체로서의 개인이 분인에 따라 동원되고 행동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동원과 행동이 사회적으로 이루어질 때, 그 계기가 된 분인은 정동(affect: 다른 사람에게 전이되면서 사회적 행동을 촉발하는 정서적 충격)으로 수월하게 이어진다. 그러므로 디지털 뉴미디어 자본주의에서 등장한 새로운 대중은 정동적 대중이며, 이를 포스트개인주의 시기에 나타난 ‘정동적 다중’이라 부를 수 있다.
-03_“뉴미디어 AI 시대의 대중 변화와 민주주의” 중에서
선거에서 시민은 대표를 선출해 사실상 전권을 위임한다. 모든 정치적 의사 결정을 대리인에게 맡기는 셈이다. 반면 유동 민주주의에서 시민은 주요 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하고, 각 정책·이슈별 개별 투표만 위임한다. 유동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면서 직접 민주주의로 보완한 형태라기보다, 대의 민주주의의 근본을 직접 민주주의로 치환한 형태에 가깝다. 다만 과두제적 포획에 취약하다는 점은 여전히 선거 제도와 다르지 않다. 특히 위임을 많이 받는 전문가가 등장해 새로운 엘리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임 한도 설정, 표 행사 외 권한 금지 등 적절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06_“헤테라키 민주주의와 유동 민주주의” 중에서
정치 팬덤은 대의제의 결함과 정당의 폐해에서 비롯된 대의 민주주의 위기의 징후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다. 그러나 이 징후는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사회적 징후는 생물학적 징후와 달리 간접적으로 병리 현상을 치유하는 성격뿐 아니라 그 자체로 일정한 변화를 거쳐 순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 최근 정치 팬덤의 변화도 문화 예술·스포츠 팬덤의 변화와 유사하다. 팬덤 대상과 팬덤의 관계가 수직적·일방향적 관계에서 수평적·쌍방향적 관계로 전환됨과 동시에 팬덤 대상도 다중화·다중심화하고 있다. 또한 초기에는 특정 인물에 대한 과도한 충성으로 감성화, 카리스마화, 양극화를 부추겼지만, 2010년대 이후에는 정치 개혁을 추동하는 긍정적 모습도 나타났다. 이는 엘리트주의화한 정당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역할로 볼 수 있다.
-09_“AI 시대의 정당 정치와 정치 팬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