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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둘러싼 기술 논쟁을 넘어, 그것을 만든 사람들과 실리콘밸리 반문화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점·선·면으로 설명되는 인공지능의 다양한 얼굴, 비트 세대와 히피 문화, 선불교와 예술·기술의 결합을 따라가며, 인공지능이 어떤 상상력과 가치관 위에서 탄생했는지 성찰하게 만드는 책이다.
비트 세대에게 냉전 사회는 도식적인 삶의 방식과 사고로 인해 병들어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긴즈버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감각의 둔화가 시작되었고, 머리는 신체 전체로부터 단절되었으며, 정신은 로봇처럼 기계화되었다”고 말이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긴즈버그를 비롯한 비트 운동의 주창자들은 개인적이고 체화된 경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질적 세계와 사회적 세계 모두가 의미로 충만하다고 여겼으며 그 의미는 깨달음의 상태로 지속 가능하다고 보았다.
-01_“비트 세대가 바라본 인간과 기계” 중에서
2023년 5월, 홈브루 컴퓨터 클럽과 같이 기술로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던 이들에게 예술로 자극을 준 조앤 바에즈를 만난다는 필자의 설렘은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버클리의 ‘화물과 구조(Freight and Salvage)’ 공연장을 찾았지만 표는 매진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한 채 매표소를 나와 버클리 시내를 정처 없이 걸었다. 집에 와서 아쉬움을 달래려 반문화 인물의 흔적이 담긴 영상을 찾았다. 2013년 베이 지역 ‘메이커 페어(Maker Faire)’의 기조 연설자로 나선 펠젠스타인을 발견했다. 1960년대의 혁명가이자 컴퓨터광인 그는 반세기가 지나고도 자신의 기원을 또렷한 목소리로 밝히고 있었다. “개인용 컴퓨터의 뿌리는 1964년 버클리에서 일어난 언론 자유 운동과 DIY의 이상이 담긴 〈홀 어스 카탈로그〉에 있습니다”라고 말이다.
-03_“언론 자유 운동에서 비롯한 홈브루 컴퓨터 클럽” 중에서
픽사의 비약적 성장 비결은 한마디로 사업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레비의 임무는 훌륭한 예술가 집단이 사업적 가치를 확보해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살아남도록 동력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동시에 레비는 픽사가 상업적 이윤에만 골몰해 예술가 집단이 보유한 창의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06_“기술과 예술의 경계에 선 테크놀로지” 중에서
이미 인공지능은 실시간으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율주행차를 운전하고 사람들이 무슨 의료 서비스를 받을지까지 결정한다. 앞으로는 전쟁터에서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권한을 가질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보다 많은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고 가정할 때 결국 우리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인공지능을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힘이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을 쉽고 효율적으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은 아직도 인간의 영역이다. 르모인의 주장과 달리 현재 인공지능은 지각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09_“인공지능과 인간의 사색 가능성”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