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미리듣기
디지털 불멸은 인간을 영원히 살게 하는 기술이 아니다. 이 책은 죽음 이후에도 관계가 지속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를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서 찾는다. 존재가 연장되었는가, 아니면 지각 방식이 바뀌었는가. 디지털 불멸이 인간의 삶과 죽음을 어떻게 다시 구성하는지를 묻는다. AI문고.
이 지점에서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죽음 이후에도 존재가 계속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가. 이 질문은 곧바로 현재로 되돌아온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존재론적 질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신화와 종교, 철학과 심리학, 그리고 현대 과학 기술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더 다양한 방식의 불멸을 상상해 왔다. 불멸을 향한 상상은 단순한 욕망이라 치부하면 안 된다. 인간이 죽음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 온 가장 오래된 이야기이자 지금도 계속 쓰이고 있는 이야기다.
-01_“불멸의 욕망, 인간 상상력의 기원” 중에서
바우만은 이런 환경에서 불멸의 방식 또한 달라졌다고 말한다. 세대를 통과하며 남는 ‘영원한 불멸’, 즉 상징적 불멸은 점차 힘을 잃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대중매체가 만들어 내는 일회성 경험, 순간적 유명세다. 그는 이를 ‘인스턴트 불멸’이라 부른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사라지지 않는 존재감. 즉각적인 주목, 즉각적인 목소리, 즉각적인 가시성이 불멸의 새로운 기준이 된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 자체가 곧 ‘살아 있다’라는 증거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인스턴트 불멸의 핵심이다.
-03_“인스턴트 불멸, 주목과 소비의 존재” 중에서
따라서 가상 인간을 인간의 확장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가상 인간은 인간의 감각과 관계 형식 자체를 재구성한다. 인간의 의도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미디어 효과는 기술적 존재를 대상이 아니라 관계의 조건으로 인식하게 만들며, 인간의 경험 구조를 변화시킨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상 인간은 인간을 모방한 시뮬라크르로 환원되기 어렵다. 가상 인간은 인간과 기술, 미디어와 미디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된 기술적 존재이며, 관계 속에서 개체화되며 의미를 획득한다. 이는 미디어의 확장이 인간을 향해 되돌아오는 하나의 국면을 드러낸다. 이 지점에서 가상 인간은 인간의 확장이 아니라 인간을 향해 작동하는 미디어의 확장이라고 이해될 수 있다.
-06_“미디어의 확장, 기술적 존재” 중에서
최근 주목받는 피지컬 AI는 이러한 사후 대화 기술을 가상공간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물리적 신체를 가진 존재로 확장할 가능성을 연다. 만약 고인의 목소리와 말투, 성격과 습관이 로봇 신체에 탑재된다면, 추모는 더 이상 접속의 경험이 아니라 함께 생활하는 경험이 된다. 이는 기억을 호출하는 기술에서 관계를 지속시키는 환경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이 경우 데드봇은 대화 상대를 넘어 공간을 점유하는 존재가 된다. 말을 걸지 않아도 곁에 있고, 사용자의 일상에 반복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09_“불멸의 산업, 새로운 시장”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