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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영상 제작을 개인화했지만 창작을 단순화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브루노 라투르의 행위자ᐨ연결망 이론(ANT)을 통해 감독, 장비, 플랫폼, AI가 얽힌 연결망을 추적한다. 영상은 번역의 연쇄 속에서 구성되는 네트워크의 효과다. AI 시대 창작자의 의미를 새롭게 묻는다.
반면 AI 영상 제작을 인간이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이후의 생성 과정을 AI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으로 볼 경우 그 결과는 제작자의 직접적 의도와 거리감을 갖는 확률적 산물로 나타난다. 생성 결과는 특정한 목적에 의해 하나로 수렴하기보다 학습된 분포와 확률 계산에 따라 여러 가능성 중 하나로 실현된다. 이러한 점에서 AI 영상 제작은 기존 영상 제작이 지닌 의도 중심의 필연성과 달리 비결정성과 우연성을 구조적으로 내포한 창작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01_“AI 영상 제작의 정체성” 중에서
ANT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AI 서비스들은 작가나 프로듀서의 의도를 그대로 전달하는 중개자가 아니라 기획의 방향을 수정하고 확장하거나 제약하는 매개자로 작동한다. 즉 AI는 기획자의 생각을 그대로 복사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획자의 선택과 판단 사이에 끼어들어 기획에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어 내는 새로운 행위자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시나리오는 인간의 상상력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내러티브 규범, 소프트웨어 포맷, 이미지 생성 AI, 분석 알고리즘 등 서로 다른 힘을 가진 행위자들이 얽힌 비대칭적 네트워크 속에서 잠정적으로 안정화된다. 이처럼 영화의 기획과 구성은 개인의 창작 행위가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들이 상호작용하며 현실을 스토리로 조직하는 복합적 실천으로 이해할 수 있다.
-03_“사전 제작에서 행위자의 상호작용” 중에서
AI 기술은 색 보정과 색조 보정 분야에서도 자동화와 정밀도의 향상을 이끌며 컬러리스트의 작업 방식을 재구성한다. 그러나 AI는 작업 흐름의 속도를 향상시키지만 최종 터치는 인간의 손길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실제 세계의 미학적 감각은 아직 인간 고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AI는 컬러리스트의 판단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색 보정 과정에 개입해 기준을 제안하고 선택지를 조직하는 비인간 행위자로 작동한다.
-06_“편집에서 행위자의 상호작용” 중에서
촬영 기반 영화에서 미장센은 카메라 위치, 앵글, 렌즈, 숏 사이즈, 인물 배치, 세트, 조명, 의상, 소품 등 수많은 전문가의 선택으로 구성된다. AI 영화 제작에서는 이 복잡한 과정을 사람이 직접 수행하지 않는다. 대신 AI에게 숏 안에 어떤 요소들이 있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지시해야 한다. 즉 카메라를 조작하는 대신 언어를 통해 미장센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이미지 생성에서 핵심은 만들 이미지를 명확하게 언어화하는 일이다. 이미지 생성은 “고양이 한 마리 그려 줘”처럼 단순한 요청으로 시작해 계속 수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단계적으로 수정하면 시간과 비용이 빠르게 증가한다. 이미지 생성 역시 비용이 발생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09_“AI 영상 제작의 미장센”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