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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통해 이육사와 윤동주가 해방을 맞아 시를 썼다면 어떤 언어를 남겼을지를 탐구한다. AI가 두 시인의 시풍을 학습해 창작한 해방 기념시를 분석하며, 저항시의 상징과 기념시의 정서가 만날 때 발생하는 변화와 한계를 비평적으로 조명한다.
이육사와 윤동주는 각각 1944년 1월, 1945년 2월에 작고한 저항 시인으로, 일본의 탄압에 맞선 작품 세계로 한국 근대 시사에 깊게 각인되어 있으나 해방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 결핍은 전기적 사실의 공백에 그치지 않고, 문학사적 상상력을 촉발하는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다시 말해 “이육사와 윤동주가 해방을 맞아 《해방 기념 시집》에 기념시를 투고했다면?”이라는 가정은 역사적 사실을 대체하려는 서사가 아니라, 해방이라는 사건이 두 시인의 시적 수사와 윤리, 정서를 어떻게 변주했을지를 되묻는 비평적 장치가 된다. 이 가정의 핵심은 “해방을 보지 못했다”는 부재를 단순한 감상적 결핍으로 처리하지 않고, 시적 언어의 조건을 바꾸는 변수로 정식화하는 데 있다. 해방은 개인의 삶에서 사건이면서 동시에 공적 시간의 전환점이다. 그런 전환점은 시적 화자의 위치를 재배치한다.
-01_“해방 이후, 이육사와 윤동주” 중에서
이 점을 활용해 ‘AI 이육사·AI 윤동주’를 운용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먼저 이육사와 윤동주의 시 세계 및 작품, 전기적 이력을 이미 학습한 상태의 모델(프롬프트 세트)을 준비한 뒤, 동일 세션 내에서 《해방 기념 시집》의 작품 및 특징(해방 기념시의 정서·통사·표상 기호)을 추가로 입력하여 새로운 모델링을 실행한다. 이때 만들어지는 결합 모델은 ‘AI 해방 이육사·윤동주’로 명명될 수 있으며, ‘《해방 기념 시집》에 참여한 이육사·윤동주’라는 가정 상황을 실험적으로 구성하게 된다. 핵심은 시인 모델(개별 시풍의 수사 체계)과 기념시 모델(해방 정서 규범)이 한 세션 안에서 접속할 때, 생성 언어가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는지 관찰하는 데 있다.
-03_“《해방 기념 시집》 다시 쓰기 절차” 중에서
따라서 《해방 기념 시집》의 특징에서 강조된 해방에 대한 감격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시집의 골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학습한 GPT의 관점에서는, 임화의 〈길〉이 보여 주는 해방 공간에서의 시인 특유의 입체적 사유를 다 드러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다시 말해, 출력된 시편은 해방 이전의 암울한 사실들에 대해 추체험하고 회고하는 애도의 방식을 따르기보다는 해방 이후의 상황에 집중하여 가정 상황을 만들고 이미지를 제작한 것이라 볼 수 있다.
-06_“AI의 《해방 기념 시집》 학습: 임화의 경우” 중에서
아울러 AI 윤동주의 〈봄날〉도 AI 이육사의 〈동방의 꽃〉과 동일하게 읽어낼 수 있는 문면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이 시에서도 이념적 대립이 드러나지 않으며, “그들”과 같은 민족 공동체를 상징하는 대명사가 시의 중심 시어로 채택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AI 이육사의 시와 분명하게 차이를 드러내는 지점은 시적 어투나 시어의 사용에 있다. 물론 이육사와 윤동주가 가지고 있는 시적 특징의 차이를 설명하기는 수월할 수 있다. AI 이육사는 이육사 시의 딕션이 반영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던 반면에, AI 윤동주는 윤동주 시의 딕션을 그대로 살리지 못한 면이 한계로 드러난다. 수사적 측면에서도 AI 이육사는 적절한 차용이 일어난 것과 달리 AI 윤동주는 단어 수준의 활용으로 그치는 결괏값을 보여 준다. 다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러한 시적 특징을 GPT가 명확하게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다는 지점을 이 실습 설계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했다는 점이다.
-09_“AI 이육사·윤동주의 해방 기념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