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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사고를 대신하는 시대, 인간의 사유는 평준화되고 있다. ‘가추’라는 개념을 통해 불확실성을 견디고 새로운 가설로 도약하는 인간 고유의 사고를 강조한다. 정답이 아닌 질문, 효율이 아닌 공백 속에서 인간 사유의 미래를 다시 설계한다.
AGI는 단일 제품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지능의 연속체 위에 있는 지점이다. 2026년, 그 연속체가 인간 지식의 경계를 실질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알고리즘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경로 즉, 데이터가 침묵하는 곳에서 새로운 규칙을 발명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가추적 사유가 점유하는 지형이다.
-01_“AGI라는 현실의 좌표” 중에서
퍼스의 기호학이 여기서 가추로 돌아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퍼스는 가추가 단순한 논리적 추론이 아니라 새로운 가설을 생성하는 창의적 행위라고 믿었다. 연역과 귀납이 잘 알려진 규칙을 다루는 반면, 연역과 귀납이 안전한 규칙 내에 머문다면, 가추는 법칙이 부재한 곳으로의 도약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놀라운 사실’을 마주하는 순간 가추는 시작된다.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의미와 규칙의 세계인 삼차성이 이차성의 저항, 기대를 저버리는 충격과 마주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촉발하는 것은 “으잉? 이상하다”라는 직관적 인식인 일차성의 경험이다. 가추는 세 수준이 모두 작동할 때 시작된다.
-03_“퍼스의 삼원론, 경험의 기호학적 구조” 중에서
‘어? 이상한데’라는 느낌, 믿기 힘든 사실 앞에서 멈추는 순간, 그리고 그 불편함을 끝까지 붙잡는 힘. 그것이 바로 그 당시 가추를 시작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왜 그런 감각이 어떤 사람에게는 발생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발생하지 않는지 궁금해해야 한다. 탁월한 사유자와 평범한 사유자를 가르는 것은 정말 머릿속 능력의 차이인가, 아니면 사유가 일어나는 조건의 차이인가. 답은 조건이다. 가추는 세 가지가 결합될 때 발생한다. 첫째, 세상을 어떤 감각 방식으로 보는가(감각 채널)? 둘째, 그 감각에 대해 어떤 태도와 가능성의 방향을 부여하는가(태도), 셋째, 그 경험이 어떤 환경과 구조 안에서 일어나는가(환경)? 우리가 보는 것, 우리가 이상하게 여기는 것을 우리가 끝까지 붙드는가는 이 세 가지 층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06_“가추하는 인간의 조건” 중에서
설명 가능한 AI가 넘지 못하는 지점 너머로 필요한 것은 ‘해석적 책임’이다. 이는 알고리즘이 왜 그 경로를 선택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 특정 가치 시스템에서 어떤 가치가 받아들여져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고 그 결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 알고리즘의 목표 함수를 누가 책임지는가? 누구의 데이터가 학습에 사용되는가. 어떤 집단의 오류가 더 용납되는가. 이 질문들은 코드 안에 있지 않다. 코드를 짜라고 결정한 사람들의 선택 안에 있다.
-09_“AI 시대의 윤리와 알고리즘 거버넌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