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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사이버 기술의 결합은 국제 질서를 다시 흔들고 있다. 미국의 사이버 안보 전략과 AI 전략 변화를 중심으로, 기술 동맹이 왜 가치 기반 협력에서 거래적 관계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AI 기반 사이버 공격, 허위 정보, 데이터 주권 문제를 통해 기술과 지정학이 결합하는 새로운 안보 환경을 입체적으로 보여 주는 책이다.
그러나 오늘날 사이버-AI 넥서스는 군사적 맥락에서 해석되는 사이버 안보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생성형 AI의 일상화는 다양한 층위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위협의 빈도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우고 있다. AI의 자동화 역량이 위협의 규모와 속도 그리고 정확성을 질적으로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또 사이버 공간을 배경으로 발생하는 악의적 행위는 AI를 매개로 삼아 군사, 정치, 경제, 산업 등 다른 분야에서 발생하는 국가적 난제와 연계되기도 한다. 이처럼 AI는 사이버 위협의 양적 증대와 질적 변화, 그리고 다른 안보 문제들을 심화하는 기술적, 환경적 요인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이버-AI 넥서스 차원의 위협들이 이미 지정학적 경쟁의 무대로 여겨지는 사이버 안보 분야의 복잡성을 더욱 키워 국가 간 갈등의 수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01_“사이버-AI 넥서스” 중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월 재출범에 성공한 이후에도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가치나 규범적 리더십보다 배타적 국익을 우선하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2025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사이버 안보 우선순위를 재설정하기 위해 ‘행정명령 제14306호(국가 사이버보안 강화를 위한 선별된 노력 유지)’를 발표했다. 이는 사이버 안보를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발표한 ‘행정명령 제13694호(중대한 악의적 사이버 행위에 관여하는 특정인의 재산 차단)’와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 말기인 2025년 1월 마련한 ‘행정명령 제14144호(국가 사이버보안 강화 및 혁신 촉진)’를 일부 수정, 철회하는 조치였다. 특히 위협 대상 명확화, 차세대 디지털 기술 도입 가속화, 정부 규제 완화가 주요 목표이자 정책 과제로 설정됐다. 좀 더 구체적으로, 중국에 주로 한정되어 있던 사이버 위협 대상을 러시아, 이란, 북한 등으로 확대하고, 사이버 안보를 위한 기업의 참여 확대를 독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03_“트럼프의 사이버 안보 전략” 중에서
AI로 인해 사이버 위협이 양적으로 증대하고 질적으로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보이는 이 같은 행보는 오히려 OCO를 둘러싼 가치 동맹 중심의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게끔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사이버 위협을 염두에 두고 그동안 파이브 아이즈 동맹 차원에서 추진되어온 OCO 공조의 역할 분담, 기술 협력, 규범화 담론 등이 점차 동력을 상실할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가 OCO 실행의 비용을 동맹국의 정부와 기업에 전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동맹국들은 미국과의 협력에 점차 더 큰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06_“군사·정보 위협과 미국” 중에서
이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기술 동맹은 파이브 아이즈와 같은 핵심 동맹국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를 토대로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집권하게 되면서 이러한 동맹 네트워크는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당장 미국은 사이버 안보와 AI 전략에서 민주주의 동맹을 중요한 목표나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다. 전략의 추진 체계 안에서도 동맹 협력의 중추적 역할을 해 온 기관들이 사라지거나 힘을 잃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적 혜택보다 배타적 이익을 우선하는 국익 논리와 거래적 방식에 따라 동맹을 이용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09_“민주주의 기술 동맹의 위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