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미리듣기
우리 곁의 도로와 교량, 터널은 대부분 한 시대에 몰려 지어져 지금 일제히 늙어 가고 있다. 그러나 이 방대한 시설을 일일이 살필 사람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 틈을 메우는 열쇠로 인공지능을 제시하며 ‘짓는 시대’ 이후의 안전 관리 방식을 모색한다. 인프라가 어떻게 노후화하는지에서 출발해 로봇·드론 점검을 자동화는 데까지, 노후 인프라 관리의 전 과정을 한 편의 이야기로 엮었다.
그 새로운 관점의 한가운데에 ‘자산관리(asset management)’라는 개념이 있다. 인프라를 한 번 짓고 마는 구조물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가치를 지니며 꾸준히 관리해야 할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집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집은 사 두기만 하면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지붕을 손보고, 보일러를 점검하고, 벽에 금이 가면 제때 메워야 비로소 제값을 한다. 돌보지 않으면 가치가 떨어지고, 오래 방치하면 결국 살 수 없는 집이 된다. 인프라도 똑같다. 다리도, 터널도, 땅속의 상수도관도 시간이 지나면 성능이 떨어지고, 제때 손보지 않으면 위험해진다. 자산관리란 이 시설들이 언제 어떻게 늙어 가는지를 파악하고, 한정된 예산으로 가장 효과적인 시점에 가장 필요한 곳을 손보아 시설의 수명과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일이다. 한마디로, 시설의 ‘생애 전체’를 내다보고 돌보는 일이다.
-01_“인프라 자산” 중에서
시설물의 안전 점검은 개인의 선의에 맡겨진 일이 아니다. 법이 어떤 시설을, 얼마나 자주, 어떤 방식으로 점검해야 하는지를 정해 두고 있다. 규모가 크거나 사람이 많이 이용하는 중요한 시설일수록 더 엄격하게 관리된다. (…) 점검은 한 종류가 아니라 깊이에 따라 단계가 나뉜다. 가장 가벼운 것은 정기 안전점검으로, 주로 육안으로 자주 살펴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그보다 자세한 정밀 안전점검은 장비를 들여 상태를 더 꼼꼼히 따지고 등급을 매긴다. 가장 중요한 단계인 정밀 안전진단은 각종 측정 장비를 총동원해 손상의 원인까지 파고들고, 어떻게 보수하고 보강할지를 제시한다. 여기에 사고나 재해가 우려될 때 갑작스레 실시하는 긴급 안전점검, 그리고 시설의 종합적인 성능을 따지는 성능 평가가 더해진다. 시설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이 단계들이 정해진 절차로 맞물려 돌아간다.
-03_“안전 진단 체계” 중에서
왜 이토록 데이터에 매달리는가. 데이터는 결국 비용이고 그 비용이 곧 진입 장벽이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없으면 그 분야에는 인공지능을 들일 수조차 없고, 그 분야의 문제도 풀리지 않는다. 어떤 알고리즘을 가졌느냐보다 어떤 데이터를 가졌느냐가, 누가 그 문제에 뛰어들 수 있는지를 가른다. 손상 탐지처럼 데이터가 귀한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니 부족한 데이터를 직접 채워 넣을 수만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편법이 아니라 진입 장벽 자체를 낮추는 일이 된다.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것이 바로 오늘날 생성형 AI가 여는 새로운 길이다. 진짜 같은 손상 영상을 인공지능이 스스로 합성해 모자란 데이터를 그것도 드물고 위험한 손상의 데이터까지 만들어 메우는 것이다.
-06_“학습 데이터세트” 중에서
이 대목에서 지금까지 풀어낸 이야기가 하나로 모인다. 인공지능이 손상을 정확히 찾아내고, 그 손상을 3차원으로 되살려 크기를 재고, 그 모든 과정을 카메라로 비접촉으로 해낸다. 영상만 주어지면 어디가 얼마나 손상되었는지를 객관적인 숫자로 알려 주는 것이다. 찾기와 재기가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데이터와 생성 기술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정량적 분석은 그 흐름이 도달하는 구체적인 결실이라 할 수 있다. 그 가치는 비접촉이라는 데서 특히 빛난다.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자를 대려면 손상이 있는 곳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다가가야 했고, 높거나 깊은 곳은 아예 재기 어려웠다. 그러나 멀찍이서 카메라로 찍어 크기를 잴 수 있다면 위험한 접근 없이도 정밀한 측정이 가능해진다. 안전과 정확성을 동시에 얻는 것이다.
-09_“정량적 손상 분석”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