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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소도시가 AI 기술을 촉매 삼아 자생적 생태계로 거듭날 수 있는 10가지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한다. AI 행정과 기본소득, 청년 창업, 교육, 모빌리티, 도서관, 도시재생, 지역 유산을 연결해 소도시가 대도시의 주변부에서 벗어나 스스로 순환하는 생태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탐색한다. AI 시대에 맞춰 소도시의 작동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책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세대를 넘어 축적된 공동체의 기억, 그리고 장소와 결부된 정체성이 그것이다. 소도시는 바로 이 자산을 가장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촘촘한 인간 관계망, 세대 간 전승되는 생활 문화, 지역에 뿌리내린 공동체 조직이 소도시의 본질적 강점이다. 멀티모달 기술의 고도화는 소도시가 가진 유무형의 역사, 문화, 생태적 자산을 자본화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을 자유롭게 상호 전환하는 멀티모달(Multimodal) AI는 소도시의 마이너한 이야기나 고유한 지역 유산을 세계적인 수준의 디지털 콘텐츠나 가상현실(VR) 경험으로 손쉽게 가공해 준다. 번역과 로컬라이징의 장벽이 사라지면서, 소도시의 로컬 콘텐츠는 대도시의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글로벌 가치 사슬과 직접 연결된다.
-01_“AI 시대 소도시 전환” 중에서
인프라 혁신을 바탕으로 행정과 주민 간 네트워크를 실질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구조적 장애물인 언어의 간극을 생성형 AI를 통해 효과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위르겐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은 진정한 민주적 거버넌스가 권력의 위계 없이 자유로운 토론이 보장되는 공론장에서 피어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실의 소도시 행정에서는 거주민들이 일상에서 토로하는 파편화되고 감정적인 생활 언어(Everyday Language)와 공공기관이 요구하는 전문적이고 규격화된 계획 언어(Planning Language) 사이에는 거대한 장벽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행정 체계로 진입하지 못하고 유실되는 한계가 발생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 둘 사이를 단순히 연결하는 물리적 통신망을 넘어, 시민들의 모호하고 추상적인 상상력을 구체적인 정책 언어와 생생한 시각적 데이터로 즉각 번역해 내는 강력한 통역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03_“행정과 주민의 AI 네트워크” 중에서
AI 시대, 소도시 AI 교육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반드시 함께 다뤄져야 할 문제가 있다. 교육 격차 해소의 목표를 수치적 균등화로만 설정할 때, 소도시 아동의 교육은 수도권 아이들의 학습 경험을 뒤늦게 따라가는 구조로 수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제도적 환경이 갖춰지더라도, 그 안에서 아이들이 실제로 배우고자 하는 동기를 갖는지, 학교생활을 의미 있게 경험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UN 아동권리협약(1989) 제29조는 교육의 목적을 아동의 개성과 재능, 정신적·신체적 능력의 최대한 계발로 규정하며, 이를 아동이 속한 자연환경과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존중과 함께 명시하고 있다. 이 관점에서 교육권은 특정 기술을 습득할 기회의 보장뿐 아니라, 아동이 자신이 뿌리를 둔 환경 안에서 온전히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의 보장을 함께 요구한다.
-06_“소도시 아동의 AI 교육권” 중에서
도시재생 AI 플랫폼의 가능성이 아무리 크다 해도 성공을 위한 전제 조건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주민 참여와 데이터 거버넌스의 문제가 선결 과제다. 공간을 재생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이 소외되면 플랫폼은 외부 자본의 침투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재생의 오랜 그림자다. AI 플랫폼은 오히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지역 주민이 플랫폼의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고 생성되는 데이터의 소유권과 수익 배분 구조를 투명하게 설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장기적 일관성도 빠질 수 없다.
-09_“도시재생 AI 플랫폼 구축”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