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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과 드론이 찍은 공간을 AI가 읽기 시작하면서 지도는 스스로 공간을 읽고 판단하는 존재로 진화 중이다. 이 책은 농지, 연안, 도로, 하천, 산림의 변화를 기계가 어떻게 탐지하고 행정 판단의 근거로 바꾸는지 설명한다. 동시에 AI의 탐지와 인간의 판단을 구분한다. 정확한 탐지가 곧 올바른 판단은 아니다. 지오AI는 결정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더 빠르고 투명하게 판단하도록 근거를 넓히는 기술이다.
그렇다고 AI가 공간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AI는 ‘이 골목이 왜 위험한지’를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위험함을 몸으로 느끼지는 못한다. ‘이 광장이 사람들에게 왜 좋은 장소인지’를 통계로 확인할 수 있지만, 그 편안함을 경험하지는 못한다. AI의 공간 이해는 강력하지만 얇다. 넓은 공간을 동시에 보지만, 그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온도를 느끼지 못한다. 바로 이 지점이 인간과 AI가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 인간은 공간을 느끼고 의미를 부여하며, AI는 공간을 계산하고 패턴을 찾는다. 인간이 보지 못하는 규모를 AI가 보고, AI가 이해하지 못하는 맥락을 인간이 해석한다. 지오AI(GeoAI)는 바로 이 두 방식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01_“공간 인식” 중에서
영상 기반 공간 해석은 강력하지만 한계도 있다. 가장 큰 한계는 ‘보이는 것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광학 위성은 구름이 끼면 지표면을 촬영할 수 없다. 한반도처럼 여름 장마철에 구름이 많은 지역에서는 몇 주씩 유효한 위성영상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더 위성이 쓰인다. 레이더는 구름을 뚫고 지표면을 촬영할 수 있다. 또 다른 한계는 영상이 지표면만 보여 준다는 점이다. 건물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땅 아래 무엇이 묻혀 있는지는 일반 영상으로는 알 수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라이다(LiDAR)와 레이더 같은 다양한 센서가 함께 쓰인다.
-03_“영상 기반 공간 해석” 중에서
시계열 공간 분석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시간적 맥락’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 문제도, 시계열 데이터를 보면 오랫동안 서서히 진행된 과정의 결과임이 드러난다.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진 산사태 현장도, 수년 치 영상을 보면 서서히 경사면이 불안정해지는 신호가 있었을 수 있다. 갑자기 황폐해진 것처럼 보이는 산림도, 시계열로 보면 수년에 걸친 기후 스트레스의 누적임을 알 수 있다. 시간을 보는 눈이 생기면, 문제의 원인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공간과 시간을 함께 읽는 지오AI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는 창이 된다.
-06_“시계열 공간 변화” 중에서
이처럼 영상과 AI를 결합한 국유지·하천 관리는 행정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동시에, 현장 담당자의 업무 구조도 바꾼다. 과거에는 담당자가 차량을 타고 하천변을 순찰하며 육안으로 이상 여부를 확인했다. 넓은 구역을 촘촘히 살피는 것은 인력 구조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발견은 늘 우연에 의존했다. 이제는 AI가 먼저 전체 구역을 스캔하고 이상 지점을 목록으로 뽑아 준다. 담당자는 그 목록을 들고 현장에 나가 최종 확인하고 판단을 내린다. AI가 탐색하고 사람이 결정하는 분업이 행정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09_“공공 행정과 인공지능 판단”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