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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마음수양

발행일
2026/08/13
저자
이승형
쪽수
140쪽
차례
마음의 안녕을 위하여 01 사단에서 칠정으로 02 욕(欲): 알고리즘이 기르는 욕망 03 노(怒): 분노를 파는 기계 04 구·우(懼憂): 불안의 증폭 05 애·독(哀獨): 외로움과 AI의 위로 06 락(樂)의 왜곡: 쾌락과 권태 사이 07 중화(中和): 마음의 평형을 기르는 기술 08 인심도심(人心道心): 마음의 주인 되기 09 마음의 병과 돌봄: AI 시대의 정신건강과 수양 10 마음의 완성: 수신에서 평천하로
정가
12000원
ISBN
9791143031570
대분류
인문·문화·예술
소분류
철학·인문학·포스트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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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이제 감정을 읽고 셈하고 빚는다. 알고리즘은 욕망을 부풀리고, 피드는 분노를 팔며, 알림과 비교는 불안을 키우고, 컴패니언은 외로움을 파고들고, 숏폼은 즐거움을 무디게 한다. 법과 윤리가 기계의 바깥을 규율하는 동안, 우리가 날마다 겪는 감정 생활은 비어 있는 자리로 남았다. 이 지점에서 퇴계와 성리학의 칠정·중화 개념으로 욕망, 분노, 불안, 외로움, 즐거움을 살피며, 기술을 끊지 않고도 마음의 주도권을 지키는 법을 모색한다. 마음의 안녕은 주어지는 상태가 아니라 스스로 기르는 힘이며, 수양은 그 힘을 되찾는 실천이다.
그러나 사람이 하루하루 겪는 감정의 대부분은 사단이 아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갖고 싶어 하고, 화를 내고, 두려워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한다. 이 실제의 감정 생활을 유가는 칠정이라 불렀다. (…) 이 책의 범위도 분명히 해 둔다. 칠정 일곱을 다 다루지는 않고,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첨예하게 어지러워지는 감정만 골라 다룬다. 알고리즘이 부추기는 욕심(欲, 2장), 기계가 증폭하는 노여움(怒, 3장), 알림과 비교가 키우는 두려움, 그리고 거기 잇닿은 근심(懼憂, 4장), 인공지능의 위로가 파고드는 슬픔과 외로움(哀獨, 5장), 도파민이 왜곡하는 즐거움(樂, 6장)이다. 기쁨(喜)과 사랑(愛)은 즐거움과 슬픔의 장에 녹여 다루고, 미움(惡)은 노여움의 장에서 함께 살핀다. 자의적 취사가 아니라 의도된 선별이다. 칠정을 백과사전처럼 나열하는 대신 인공지능이 실제로 흔드는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01_“사단에서 칠정으로” 중에서 기계가 분노를 부추긴다면, 그 분노는 왜 그토록 빠르게 퍼지는가. 심리학자 윌리엄 브래디(William J. Brady)와 동료들이 이를 실증으로 밝혔다. 이들은 총기 규제, 동성혼, 기후변화라는 세 가지 첨예한 쟁점을 두고 오간 50만 건이 넘는 소셜 미디어 메시지(n=563,312)를 분석했다. 그 결과 도덕과 감정이 결합된 언어가 한 단어 더 들어갈 때마다 메시지의 확산이 약 20퍼센트씩 늘어났다. 이들은 이 현상을 도덕적 전염(moral contagion)이라 이름 붙였다. 여기서 두 가지를 짚어 두어야 한다. 첫째, 도덕적 전염은 단순한 감정의 전염과 다르다. 도덕적 색채 없이 감정만 담긴 언어나 감정 없이 도덕만 담긴 언어보다, 도덕과 감정이 뒤섞인 언어가 유독 멀리 퍼졌다. 곧 사람을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그저 격한 감정이 아니라 정의감으로 무장한 감정이다. 둘째, 이 전염은 무리의 경계 안에서 더 세게 작동했다. 도덕적 감정 언어는 같은 진영 안에서 더 빠르게 번지고 진영을 가로질러서는 덜 번졌다. 나의 분노는 나와 같은 편에게 가장 잘 옮는다. -03_“노(怒): 분노를 파는 기계” 중에서 즐거움의 원천을 옮긴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다. 그것은 작은 데서 시작한다. 화면을 끄고 남은 그 지루한 십 분을 서둘러 메우지 않고 가만히 견뎌 보는 것, 밋밋하게 느껴지던 산책이나 책 한 권에 다시 마음을 두어 보는 것. 처음에는 그 십 분이 견디기 힘들고 그 산책이 시시하다. 도파민 결핍에 길든 마음이 더 센 자극을 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울이 평형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면 어느 순간 시시하던 것이 다시 맛을 내기 시작한다. 무뎌졌던 감각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안빈낙도란 결국 이 되살아남이다. 큰 자극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감각, 그 감각을 되찾는 일이다. 한 그릇 밥으로도 즐거울 수 있었던 안회의 비결은 특별한 밥이 아니라 그 밥의 맛을 느낄 줄 아는 되살아난 감각이었다. -06_“락(樂)의 왜곡: 쾌락과 권태 사이” 중에서 이로써 수양이 무엇인지가 뚜렷해진다. 수양은 윤리와 떨어질 수 없고, 관계와 떨어질 수 없으며, 세상과 떨어질 수 없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마음의 돌봄에 관해 무언가를 일러 준다. 참된 돌봄도 수양과 마찬가지로 윤리와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이다. 병든 마음을 돌보는 일은 증상을 눌러 주는 처치를 넘어, 한 사람을 그의 관계와 삶의 자리 속에서 온전히 대하는 일이다. 그러기에 참된 돌봄은, 참된 수양이 그러하듯, 온전히 기계에 맡길 수 없다. 그렇다고 기계의 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돌봄이 닿지 않는 곳은 넓고 사람의 손길은 늘 모자란다. 앞서 보았듯 챗봇이 잠시나마 증상을 덜어 주기도 하고, 전문가를 만나기 어려운 이에게 첫 문턱을 낮춰 주기도 한다. 기계는 사람의 돌봄으로 가는 다리가 될 수 있다. 기계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로 이어 주는 것이다. -09_“마음의 병과 돌봄: AI 시대의 정신건강과 수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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