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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말하지 못한 마음은 일기 속 짧은 문장에 흔적으로 남는다. 일기와 상담 기록 등 학생의 언어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분석해 작은 변화를 포착하는 LLM의 가능성을 살핀다. AI는 학생을 판단하지 않는다. 흩어진 흔적을 모아 교사에게 학생의 작은 변화를 알려 주고, 최종 해석과 책임은 교사에게 남긴다.
그렇다고 이것을 교사의 전문성이 부족한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수십 명의 학생과 수많은 사건이 동시에 이어지는 교실에서 언어 속에 숨어 있는 미세한 변화를 기억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연결하며, 의미를 해석하는 일은 아무리 경험 많은 교사에게도 쉽지 않다. 행동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쉬는 시간에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는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다. 하지만 언어는 남는다. 일기와 상담 기록, 독후감, 자기소개 글, 자유 글쓰기, 온라인 학습 플랫폼에 남긴 게시글까지 모두 학생이 남긴 언어의 기록이다. 그 안에는 단순한 감정뿐 아니라 친구를 바라보는 방식,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 그리고 자신이 공동체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다고 느끼는지가 조금씩 스며 있다.
-01_“아동 위기 신호의 지연과 학교 현장” 중에서
학생의 언어는 단어의 집합이 아니다. 같은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누가 행동의 주체인지, 누구를 향한 행동인지, 어떤 상황에서 반복되는지에 따라 문장의 의미는 달라진다. 결국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관계를 이해하는 일이다. 일기에 묘사된 텍스트가 단순한 팩트(Fact)의 기록이라기보다, 아동이 주관적으로 지각하고 왜곡했을 수 있는 관계의 역학을 보여 주는 단서다. 최근 자연어 처리 연구 역시 단어의 빈도보다 문맥(context)과 담화 구조(discourse structure)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학생의 언어도 마찬가지다. 특정 단어 하나보다 문장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는지를 함께 살펴볼 때 훨씬 풍부한 해석이 가능하다.
-03_“아동 일기 텍스트와 정서·관계 단서” 중에서
그동안 많은 자연어 처리 연구는 감정 분석(sentiment analysis)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문장을 긍정과 부정으로 분류하고, 감정의 강도를 예측하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교육에서 필요한 것은 감정의 분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 두 학생이 모두 “오늘 속상했다”라고 기록했다고 하자. 한 학생은 친구와의 갈등 때문에 속상했고, 다른 학생은 시험 결과 때문에 속상했을 수도 있다. 감정은 같지만 교육적으로 필요한 이해와 개입은 전혀 달라진다. 따라서 LLM이 이해해야 하는 것은 감정보다 관계 구조(relational structure)다. 누가 누구와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관계가 이전보다 가까워졌는지 멀어졌는지, 반복되는 상호작용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함께 해석해야 한다.
-06_“교우 관계 문제 유형의 언어적 특성” 중에서
신뢰할 수 있는 분석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모두 없앴다고 주장하기보다, 어떤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지를 함께 보여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분석 결과는 어떻게 제시해야 할까. 핵심은 불확실성(uncertainty)을 숨기지 않는 것이다. 모델이 자신의 답변에 대한 확신 정도를 표현하도록 할 수는 있지만, 모델이 말한 확신과 실제 정확도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모델이 ‘확신이 높다’고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결과를 그대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 분석 결과에는 근거가 된 원문과 관찰 기간, 반복 횟수, 가능한 다른 해석, 그리고 아직 확인할 수 없는 정보가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09_“정성적 관계 신호와 LLM 해석의 한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