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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그래픽 디자인 수업

발행일
2026/09/10
저자
이태은
쪽수
141쪽
차례
그래픽 디자인 수업의 중심 이동 01 생성형 이미지 워크플로 02 프롬프트 리터러시 03 레퍼런스 리터러시 04 시각 문법 05 레이아웃 구성 06 타이포그래피 07 스타일 일관성 08 후편집 프로세스 09 비평과 피드백 10 자기결정성과 디자인 판단
정가
12000원
ISBN
9791143032515
대분류
소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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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이후 디자인 교육의 중심이 ‘손기술’에서 ‘판단’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시각 문법·레이아웃·타이포그래피 같은 기존 이론을 버리는 대신 프롬프트와 레퍼런스, 후편집 과정에 ‘녹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무엇을 선택하고 버렸는지 설명할 수 있을 때 AI의 결과물은 학생 자신의 작품이 된다.
나는 두 학생이 같은 워크플로를 밟아도 결과가 좀처럼 겹치지 않는 이유를 오랫동안 궁금해 했다. 두 사람의 결과는 도구의 사슬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비슷해야 자연스러운데, 자주 반대의 일이 벌어진다. 이것은 판단이 리서치 단계에서부터 이미 작동한 것이다. 학생은 매체가 쏟아 내는 정보 가운데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흘려보낼지 매번 결정해야 한다. 영화의 초점을 ‘평범한 일상과 감춰진 비밀의 교차’라 정한 것도 매체가 아니라 학생이었다. 판단은 이미지 생성 단계에서 더 직접적이다. 학생은 수십 장의 그림 앞에서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그럴듯해 보이는 것과 메시지에 맞는 것은 자주 어긋난다. 화면이 아무리 근사해도 긴장과 의심을 깔아야 할 스릴러의 화면이 명랑한 표정으로 나오면 그 과제는 실패로 돌아간다. 좋은 판단이란 예쁜가와 뜻에 닿는가라는 두 저울 중 어느 쪽에 무게를 실을지 스스로 알고 하는 결정이다. -01_“생성형 이미지 워크플로” 중에서 프롬프트에서 레퍼런스를 통째로 넣으면 모방이 되고, 읽어 낸 요소를 지정해 녹이면 참조가 된다. 이 한 문장이 레퍼런스 리터러시의 핵심이다. 두 학생이 똑같은 참조 기능을 쓰고도 한쪽은 창작에 가까워지고 다른 한쪽은 복제에 가까워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녹이기의 힘은 레퍼런스를 여럿 겹칠 때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학생이 색은 어느 포스터에서, 구도는 다른 포스터에서, 질감은 또 다른 이미지에서 골라 하나의 화면 위에 겹쳐 녹이면, 그 결과물은 어느 원본과도 똑같이 닮지 않은 자기만의 화면이 된다. 각각의 요소는 어디선가 빌려 온 것이지만, 학생의 판단 아래 새롭게 조합되면서 원본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03_“레퍼런스 리터러시” 중에서 서체는 목소리만이 아니라 시대와 맥락도 함께 지닌다. 어떤 서체는 특정 시대의 인쇄물을 떠올리게 하고, 어떤 서체는 특정 장르의 관습과 단단히 묶여 있다. 학생이 복고풍의 분위기를 원하면서 최신 감각의 서체를 고르면 화면은 앞뒤가 맞지 않고, 첨단의 이야기에 낡은 서체를 얹으면 메시지가 흐려진다. 서체를 고르는 판단에는 이 서체가 어느 시대와 어느 맥락의 목소리를 끌고 오는가를 읽는 눈까지 포함된다. 글자를 다루는 판단에는 늘 두 힘이 맞선다. 하나는 읽혀야 한다는 기능의 요구이고, 다른 하나는 개성을 드러내고 싶다는 표현의 욕구다. 개성이 지나치면 글자는 그림이 되어 읽히지 않고, 기능만 앞세우면 글자는 밋밋해져 아무 목소리도 내지 못한다. 타이포그래피의 판단은 이 두 힘 사이에서 이 화면이 지금 무엇을 더 필요로 하는지를 저울질하는 일이다. -06_“타이포그래피” 중에서 피드백은 주는 쪽만의 일이 아니라 받는 쪽의 일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자기 작업에 대한 지적 앞에서 쉽게 방어적이 되는데, 방어의 자세로 들은 피드백은 튕겨 나갈 뿐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작업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자기 판단을 비춰 보는 거울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피드백이 겨냥하는 것은 학생이라는 사람이 아니라 이번 화면에서 내린 하나의 결정이며, 그 결정은 다음 화면에서 얼마든지 다시 내릴 수 있다. 그러려면 비평의 자리가 안전해야 한다. 교실의 안전은 두 원칙에서 나온다. 하나는 작업을 비평하되 사람을 비평하지 않는다는 원칙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지적에 근거를 붙인다는 원칙이다. “별로다”라는 말은 상처만 남기지만, “이 대비가 약해서 제목이 묻힌다”는 말은 고칠 길을 함께 준다. -09_“비평과 피드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