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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처럼 말하는 AI의 등장 이후 언어의 주도권이 어디에 있는지 신어를 통해 묻는다. 신어의 탄생은 새로운 것에 이름 붙이고자 하는 욕구와 익숙함을 탈피하고자 하는 희망에서 비롯된다. AI와 공존하는 시대, 신어만큼은 인간의 독창성과 집단성이 녹아 있는 마지막 전유물이 될 수 있을지 탐색해 본다.
언어의 주권이 어디에 있는지는 무엇보다도 세계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 즉 명명의 과정에서 가장 뚜렷하게 확인된다. 새로운 경험이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우리는 그것을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 낸다. 어떤 현상에 이름이 붙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경험을 넘어 사회적으로 공유 가능한 의미를 갖게 되며, 언어 공동체 속에서 하나의 현실로 자리 잡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명명은 단순한 언어적 표현이 아니라 세계를 해석하고 조직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인공지능 시대에도 언어의 주권이 어디에 있는지는 분명하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든 언어 자료를 학습하고 그 패턴을 바탕으로 문장을 생성할 수 있지만, 새로운 현실에 이름을 부여하고 그 의미를 사회적으로 정착시키는 과정은 여전히 인간 언어 공동체의 활동 속에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언어의 방향을 결정하고 그 의미를 확장하는 주도권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
-01_“AI 시대 언어의 주권” 중에서
우리가 신어라고 부르는 단어들 중에서 전적으로 새로운 말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말은 긴 문장이나 구, 절에서 일부 형태만을 따다 만든 말인가 하면 어떤 말은 기존에 있던 단어와 연관성을 가지는 새로운 의미를 추가해 새롭게 쓰는 말이다. 또 어떤 말은 외국어에서 수입해 오기도 한다. 수입된 말의 경우 한국어라는 언어 시스템만 보면 전적으로 새로운 말일 수도 있지만 외국 어딘가에 존재하던 것을 단순히 들여와서 쓰는 말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신어는 기존에 존재하던 단어들을 재료로 삼아서 만들어진다. 기존의 단어들을 형태적으로, 혹은 의미적으로 재활용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신어의 탄생 원리라고 볼 수 있다.
-03_“새로운 말의 탄생 과정” 중에서
한편 특정 의미를 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따라 AI가 신어를 생성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어려운 전문용어나 과도한 외국어 표현을 순화하는 말을 만들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것은 유용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 낸다고 해서 그것을 곧바로 신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어 공동체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확산되지 않는다면 생산의 주체가 누구이든지 간에 해당 표현은 일시적인 조어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즉 신어는 단순한 생성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수용을 통해 정착된다. 누군가 AI로 만든 말이 화제가 되어 인간 사회의 신어로 정착된다고 한들 수용의 주체는 늘 AI가 아닌 인간이다.
-06_“AI의 신어 습득” 중에서
AI가 진정한 의미의 언어 공동체를 형성할 수 없고, 언어 공인의 주체가 아니라고 해서 그 영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AI는 이미 인간의 삶 깊이 침투해 있고, 앞으로 AI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AI의 언어가 인간의 언어와 얼마나 유사한지, 또는 인간이 AI의 언어를 구별할 수 있는지 역시 주요한 사회적 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언어 변화의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AI의 ‘말’보다는 AI의 존재 그 자체다. AI는 인간의 언어가 적응해 나가야 할 새로운 사회문화적 환경 정도로 이해될 수 있다. 즉 AI가 ‘어떻게 말하는가’보다 AI의 존재가 인간의 언어를 변화시키는 데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09_“인간의 말과 AI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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