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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가 글쓰기와 해석에 개입하면서 달라지는 저자·텍스트·독자의 관계를 살핀다. AI 시대의 저자성과 자기서사, 독자의 해석과 승인 문제를 짚고, 문학 교육이 길러야 할 능력을 정답 수용이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구성하고 판단하는 능동적 읽기에서 찾는다.
문학작품의 의미는 글이 쓰이는 순간 모두 완성되지 않고, 독자에게 읽히고 해석되면서 계속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따라서 문학은 작품을 만드는 일과 그것을 읽고 받아들이는 일을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저자는 독자를 전제로 글을 만들고 독자는 주어진 작품을 자신의 경험과 시대 속에서 다시 읽는다. 작품의 의미는 어느 한쪽에서 완성되어 그대로 전달되기보다 생산과 수용이 맞물리는 과정에서 계속 움직인다. 이처럼 문학의 개념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읽히며 의미를 얻는 방식과 함께 달라져 왔다. 생성형 AI는 이 긴 변화에 새로운 조건을 더한다. 이번에는 새로운 장르나 표현 형식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문장을 하나하나 직접 쓰지 않더라도 시와 소설, 희곡의 형식을 갖춘 글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고, 동시에 독자는 AI를 통해 작품의 내용과 의미를 접할 수도 있게 되었다. 생성형 AI가 문학의 생산과 수용 양쪽에 들어오면서 문학의 경계를 둘러싼 문제 역시 ‘어떤 형식의 글이 문학인가’를 넘어, AI가 생성한 텍스트에서 인간의 역할과 그에 따른 저자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나아가 이러한 텍스트를 문학의 영역 안에서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01_“문학 개념의 역사적 변동” 중에서
하네스 바요르(Hannes Bajohr)는 이러한 변화된 조건을 설명하기 위해 ‘인과적 저자성(kausale Autorschaft)’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텍스트 산출에 관여하는 인간적·기술적 조건과 그에 따라 달라지는 저자와 텍스트 사이의 거리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바요르는 특정한 문학적 저자 기능을 논하기에 앞서 먼저 텍스트 생산의 인과적 측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에는 저자성을 “거리의 단계(Distanzgrade)”에 따라 구성할 수 있으며, 전통적 글쓰기에서 순차적 글쓰기, 그리고 신경망 모델이 대량의 데이터에서 통계적 관계를 학습한 뒤 그 연결 구조를 바탕으로 텍스트를 산출하는 “연결주의적 글쓰기(konnektionistisches Schreiben)”로 이동할수록 저자와 텍스트 사이의 인과적 거리가 증가한다.
-03_“하네스 바요르의 ‘인과적 저자성’” 중에서
이 점에서 AI가 작가다운 특징을 재현하는 것과 서사적 정체성을 지니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AI는 과거 작품에 남은 흔적을 바탕으로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그 흔적을 자기 작업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현재 쓰고 있는 작품 안에서 무엇을 이어 가거나 바꿀지 판단하는 글쓰기의 주체는 아니다. 자기성은 특정한 문체적 특징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문체적 방향을 이어 가고 어떤 문제의식을 작품 안에 남길 것인가를 정하게 하는 저자의 판단과 의지다. AI는 저자의 자기성이 작품에 남긴 흔적을 재현할 수는 있어도 무엇을 이어 가고 무엇을 바꿀지 판단하며, 그 결과를 자기 이름 아래 감당하는 저자의 자기성을 대신할 수는 없다.
-06_“AI 시대 작가와 서사적 정체성” 중에서
수용미학은 문학 텍스트가 남긴 공백을 독자가 연결하며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작품은 모든 관계를 완성된 형태로 제시하지 않는다. 독자는 생략과 암시, 장면 사이의 단절을 따라가며 직접 제시되지 않은 관계를 구성한다. 수용미학의 관점에서 독자의 능동성은 이미 정해진 의미를 받아들이는 데서 벗어나, 작품이 열어 둔 가능성에 직접 참여하는 데서 드러난다. 생성형 AI는 이 독서의 순서를 바꾼다. 학생은 공백을 발견하기 전에 그 의미를 설명받고, 장면 사이의 관계를 연결하기 전에 정리된 인과관계를 접한다. 하나의 표현이 여러 방향으로 열리기 전에 특정한 주제나 상징으로 정리된 해석을 먼저 읽기도 한다. 이때 작품이 남긴 공백은 독자가 머물고 질문할 자리라기보다, 이미 하나의 의미가 부여된 정보에 가까워진다.
-09_“문학 교육과 수용미학의 재정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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