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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은 잎사귀, 도가는 태극, 불교는 연꽃. AI는 익숙한 상징을 정교하게 재생산한다. 이러한 획일화를 깨기 위해 뻔한 이미지를 먼저 지우는 ‘빼기의 사고’를 제안한다. 실제 디자인 수업의 실험을 바탕으로 네이밍, 심벌, 색과 활자에 적용하는 방법을 탐색한다. 프롬프트에 조건을 더하기 전에 무엇을 버릴지 결정하는 것이 독창적인 브랜드의 출발점이다.
외피를 꾸미는 데 집착할수록 우리는 필연적으로 AI가 가장 쉽게 복제하고 평균화해 버리는 시각적 유행의 자장 안에 갇히게 된다. 반면 브랜드가 품은 고유한 신념과 고집스러운 맥락은 단순히 데이터를 짜깁기해 만들어 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타협하지 않고 지켜 온 시간의 결이자, 알고리즘이 예측할 수 없는 인간적인 결함과 확신이 빚어낸 생명력이다. 로고라는 형태가 아니라 브랜드 그 자체의 내적 무게감으로 승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껍데기의 경쟁에서 벗어나 알맹이의 밀도를 채우는 작업만이 복제의 시대에 브랜드가 생존할 유일한 탈출구다.
-01_“브랜드가 서로 닮아 가는 시대” 중에서
AI에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결과물은 얼핏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비례는 반듯하고 색채는 조화로우며, 목업(Mockup)을 입힌 적용 예시까지 매끄럽게 딸려 나온다. 그런데 무언가 결정적인 것이 빠져 있다. 완벽해 보이는 AI의 브랜드 디자인 앞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이 기묘한 ‘불쾌한 골짜기’는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불쾌한 골짜기’라는 표현은 원래 로봇 공학에서 나온 말이다. 로봇이 사람과 조금 비슷해질 때는 호감이 오르다가, 지나치게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은 지점에 이르면 오히려 거부감이 치솟는 현상을 가리킨다. AI가 만든 브랜드 아이덴티티 앞에서 느끼는 감정도 이와 닮았다. 완성도는 사람이 만든 것과 거의 구별되지 않을 만큼 높은데, 그 안에 있어야 할 무언가가 빠져 있다는 위화감이 남는다. 로봇 공학에서는 그 골짜기를 넘어서기 위해 움직임의 미세한 결을 다듬는다. 브랜드 디자인에서 그 골짜기를 넘어서는 방법은 다르다. 표면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표면 아래에 있어야 할 결정을 채워 넣는 것이다.
-03_“AI가 만든 아이덴티티에서 빠지는 것” 중에서
그래서 막상 AI에게 브랜드 네이밍을 맡겨 보면 상황은 오히려 더 까다로워진다. 선택지가 줄어들기는커녕 더 깊은 혼란에 빠지기 일쑤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는 순식간에 열 개, 스무 개의 세련된 후보를 줄줄이 늘어놓는다. 입에 착 감기는 발음, 등록 가능한 도메인, 그럴듯한 의미까지 갖춘 매끄러운 단어들이다. 그러나 그 방대한 목록에는 정작 가장 결정적인 기준이 결여되어 있다. 바로 ‘이 이름을 선택함으로써 향후 무엇을 말할 수 없게 되는가’에 관한 제약과 배제의 정보다.
-06_“네이밍과 브랜드 언어” 중에서
시각적 기표에만 기댄 브랜드는 매체의 확장을 견디지 못하고 표면에서 소진된다. 반면 단단한 철학과 태도로 올라선 브랜드는 시대와 매체가 어떻게 바뀌어도 길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브랜드를 처음 설계할 때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시각적 패턴이나 로고를 완전히 뗄 수밖에 없는 전혀 낯선 매체 앞에서도, 우리 브랜드가 취해야 할 태도를 명확히 말할 수 있는가.” 만약 그 질문에 머뭇거리게 된다면, 우리가 붙잡고 있는 원리는 아직 깨지기 쉬운 표면 근처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09_“브랜드 경험과 확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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